* 본 리뷰는 V노블 이벤트:편집부를 털어라!에 응모한 리뷰입니다. 이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글 내용 전반적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각주는 본문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일본 "소설가가 되자"에서 일본 출판사가 아닌, 한국 출판사로 직접 출간되는 첫 번째 작품으로 유명해진 이 작품은, 마이너 좋아하는 V노블 답게(?) 라이트 노벨의 유행이나 그동안의 흐름에서 상당히 벗어난 작품이다. 얼마나 벗어났는가 하면, 기본적으로 잘 채택되지 않는 TS 설정을 담고 있으며, 스포츠 물이다. 야구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도 흥미롭다. 그 와중에 주인공이 야구 일직선이어서 그런지, 몇 년째 범람하고 있는 에로 위주 라이트 노벨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성적 묘사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한 점이다.

 이 라이트 노벨은 성 전환에 관한 내용을 아주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읽는 내내 불편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가즈히로가 뒤바뀐 사람의 가슴을 만져보는 장면인데, <너의 이름은.>을 연상케 하나 당시에는 <너의 이름은.>이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 주인공은 다시 만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만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너의 이름은.>의 타키보다 훨씬 '신사'다. 그래서 처음 <나는 린 1>을 볼 때에는 역시 이것도 라이트 노벨이긴 하구나, 했는데, <너의 이름은.>을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성 전환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편이다. 생리에 대한 당혹감과 고통이나[각주:1],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허전함, 그리고 본래 몸 주인에 대한 존중[각주:2] 등의 모습이 주인공 및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본래 몸 주인에 대한 존중 같은 경우, 라이트 노벨임을 고려했을 때 상식적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이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인공보다 먼저 성 전환이 일어난 캐릭터인 노도카가 제어해주고 있기도 하여서, 생각보다 균형을 잘 잡아두었다.

 본 책을 야구를 잘 모르는 필자가 대부분의 용어를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는 이유는, 그럼에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도록 일상 에피소드도 상당히 있고, 이래저래 작가가 TS·야구·일상 세 분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상당히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작품은 한 두 작품을 제외하고 균형 잡힌 작품이나,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는 라이트 노벨이 거의 없다. 이세계 분야에서는 <책벌레의 하극상>이 문체가 깔끔하고(이것도 이미지프레임 출간작이다. 그것도 V노블 사상 최초 예약 구매 매진에 1부 1권이 4쇄 이상 찍을 정도의 히트작.) 잘 정돈된 편이다. 그 외에 최근 발매되는 도서 중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는 도서는 대부분 스미노 요루의 '라이트 노벨을 닮은' 단행본 소설 등 단행본 라인업으로 나오고 있는 형편이고, 그 아래에서는 <너무 가까운 그들의, 17세의 먼 관계> 정도가 역자의 번역 품질을 배제하고 보았을 때 수작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보인다.[각주:3] 그런 상황에서 몇 안되는 읽을 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마이너한 장르를 감수하고 한 번 즈음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현재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고, 한국과 직접 계약한 작품이라 그런지 일본에는 여전히 발매되지 않았다. 3권은 현재 일러스트 작업 중이라고 V노블이 밝힌 바 있다. 마법소녀 육성계획보다 비 인기작이지만, 판권 문제가 있거나 출판사의 의지가 부족하기 보다는, 작가도 일러스트레이터도 모두 일본인에다가, 야구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작가가 작년까지 블랙기업에 근무했으며, 이미지프레임이 발매하는 도서의 목록이 매 달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도서는 1년에서 1년 반에 한 권씩 도서가 발매되고 있어서 흐름이 끊기는 데 한 가닥 하고, 가뜩이나 마이너한 작품인데 발매속도도 늦어서 독자를 확보하는 데도 지장이 있을 터인데, 조금 발매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본다.[각주:4]

  1. 더구나, 이 주인공은 하필이면 바뀐 몸에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생리통을 겪었다. [본문으로]
  2. 몸의 주인인 '린'의 과거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해서 기억을 읽고, 머리를 자르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불편해하면서도 섣불리 결정하지 않고 노도카에게 상담한다. 자세한 내용은 책 참고. 기억을 읽는 다는 행동에 대해서도 썩 내켜하지 않는 것도 포인트인듯. [본문으로]
  3. 필자는 이 작품을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 계속 구입을 미루고 있다. 최근에는 리뷰가 많이 보여서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을 듯 싶다. [본문으로]
  4. <마법소녀 육성계획> 시리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마이너하고, 출판사도 카도카와와 같은 메이저는 아니라 그런지 정식 발매 주기가 매우 불규칙하다. 더군다나, 이 책은 <나는 린>보다 오랫동안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우려된다. <나는 린>이 1년 반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아, <마법소녀 육성계획> 시리즈도 내년 초에는 나왔으면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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