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V노블 편집부를 털어라 이벤트에 응모한 작품입니다. 읽기에 앞서 참고바랍니다.

 책벌레의 하극상을 처음 접했던 2016년, 그 때만 해도 필자가 읽던 이세계 계열 라이트 노벨은 <리제로> 정도였다. 현대 판타지 장르를 제외하고,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판타지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읽지 않고 넘어갔던 것인데, <리제로>의 경우 은발 캐릭터를 좋아하는 관계로 구입한 이래 스토리가 맘에 들어서 구입하게 되었고, <책벌레>의 경우 단순히 "책벌레"가 "하극상"을 일으킨다는 제목 그 자체가 궁금증을 유발해서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의 선택은 탁월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각주:2] 오늘은 그동안 시리즈를 다 사 모으고 몇 번 읽느라 리뷰를 미뤘으나, V노블의 편집부를 털어라 이벤트를 계기로 <책벌레의 하극상>을 리뷰하고 소개하고자 한다.(앞서, 리제로는 이미 리뷰를 마쳤다. 1권 한정이지만.)

 본 작품은 대학생이던 우라노가 지진을 겪고 본인이 그토록 꿈꾸던(?) 책에 깔려 죽는 일을 겪고, 환생하여 이세계에서 '마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런데 마인은 아직 어려서, 시작부터 자신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이고,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갖가지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우라노의 책을 향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대단했기에, 그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평민에게 책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갖가지 실험을 거치며 책을 만들어내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소년 루츠를 만나고, 루츠의 도움으로 본인의 체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같이 해낸다. 도중에 루츠의 꿈에 대한 얘기를 듣고 평소 마인이 잘 알고 지내던 행상인 출신의 오토로부터 상인을 소개받고, 이 과정에서 본인이 몸만 애인 어른임을 이용해 투자를 받아내고 루츠도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후에는 종이 뿐만 아니라 본래 세계에서 쓰던 물건들을 하나 둘 개발하고, 물건이나 권리를 팔면서 책에 대한 자신의 욕망에 한 걸음 다가간다. 그러다 세례식 때 우연히 책을 발견, 그대로 신전의 견습 무녀가 되어 책을 읽겠다 하다가 평정심을 되찾고 협상하여 결국 견습 무녀 겸 고아원 원장으로 활약한다. 그러나 마인의 마력이 너무나도 강력해 신전에만 둘 수 없게 되고, 결국 칼스테드의 양녀를 거쳐 영주의 양녀로 입양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요약해도 위와 같을 정도로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데, 한 권당 300페이지가 넘고 기존 라이트 노벨 판형보다 크다는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세계관 부분에서도 많은 도서를 참고하여 탄생된 이 작품은, 설정 구멍을 찾기 어려우며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술술 읽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분량도 많은데 읽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니, 일반 라이트 노벨과 비슷한 읽기 속도가 된다. 그럼에도 숨은 복선이나 설정은 촘촘히 넣어두어서, 빨리 읽는다고 다는 아닌 책이다. 몇 번은 다시 읽지 않으면 때때로 잊어먹는 부분 때문이라도 다시 읽으면 좋다. 그만큼 설정이 잘 잡혀있으며, 꼼꼼한 표현을 엿볼 수 있다. 필자같은 이세계 초보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설정한 점도 돋보인다.[각주:3] 웹 소설 기반의 라이트 노벨 중 지금까지 읽어본 <리제로>나, <곰, 곰, 곰, 베어>와 같은 책과는 다르게 필체가 라이트 노벨 답지 않고 깔끔하다. 말 줄임표같은 것을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더욱 읽기 쉬운 것 같다. 다만, 번역이나 편집이 다소 아쉽게 마무리되어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평가가 박해지겠으나, 필자는 어지간해선 편집 상 실수를 넘기는 편이라 인상이 지금까지 나쁘지는 않다. 다만, 최근 이 도서의 발매주기가 다른 라이트 노벨과 유사해져(약 한 권당 3개월 정도) 다음 권을 기다리는 데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번역을 한 번에 3~4권씩 하는 모양이니 한동안 또 자주 나올 수도 있겠지만, 다음 권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현기증이 날 것만 같은 필자같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조금 아쉬워졌다. 그래도 아직 번역해야 할 분량이 3부, 4부가 남아있고, 원작 웹소설 기준으로 5부에 6부같은 외전도 있어서 작품이 빨리 끝나는 아쉬움은 없을 거란 점은 마음 놓이게 한다.[각주:4]

 10월 말 3부 5권에서, 마인, 아니 로제마인이 어떤 사고를 치며(?) 성장할 지, 상당히 기대된다. 이 기대를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웹소설을 번역기로 돌려보지는 않으리라.

  1. 본 링크로는 저에게 적립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단순 링크입니다. [본문으로]
  2. 리제로는 필체가 썩 좋지 못해 이 점이 문제이긴 하나, 그보다 심한 <곰, 곰, 곰, 베어>가 있음을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3. 그렇다고 쉽다는 건 아니고, 작중 마인처럼 계속 외워두거나 필기해두지 않으면 잊어먹을 것 같은 내용도 있다. [본문으로]
  4. 그러나, 작가의 건강이 상당히 나빠서 걱정된다. 2018년 6월 전신마비로 인한 입원도 있었다는 걸 보면... [본문으로]

* 본 리뷰는 V노블 이벤트:편집부를 털어라!에 응모한 리뷰입니다. 이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글 내용 전반적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각주는 본문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일본 "소설가가 되자"에서 일본 출판사가 아닌, 한국 출판사로 직접 출간되는 첫 번째 작품으로 유명해진 이 작품은, 마이너 좋아하는 V노블 답게(?) 라이트 노벨의 유행이나 그동안의 흐름에서 상당히 벗어난 작품이다. 얼마나 벗어났는가 하면, 기본적으로 잘 채택되지 않는 TS 설정을 담고 있으며, 스포츠 물이다. 야구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도 흥미롭다. 그 와중에 주인공이 야구 일직선이어서 그런지, 몇 년째 범람하고 있는 에로 위주 라이트 노벨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성적 묘사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한 점이다.

 이 라이트 노벨은 성 전환에 관한 내용을 아주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읽는 내내 불편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가즈히로가 뒤바뀐 사람의 가슴을 만져보는 장면인데, <너의 이름은.>을 연상케 하나 당시에는 <너의 이름은.>이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 주인공은 다시 만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만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너의 이름은.>의 타키보다 훨씬 '신사'다. 그래서 처음 <나는 린 1>을 볼 때에는 역시 이것도 라이트 노벨이긴 하구나, 했는데, <너의 이름은.>을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성 전환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편이다. 생리에 대한 당혹감과 고통이나[각주:1],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허전함, 그리고 본래 몸 주인에 대한 존중[각주:2] 등의 모습이 주인공 및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본래 몸 주인에 대한 존중 같은 경우, 라이트 노벨임을 고려했을 때 상식적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이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인공보다 먼저 성 전환이 일어난 캐릭터인 노도카가 제어해주고 있기도 하여서, 생각보다 균형을 잘 잡아두었다.

 본 책을 야구를 잘 모르는 필자가 대부분의 용어를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는 이유는, 그럼에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도록 일상 에피소드도 상당히 있고, 이래저래 작가가 TS·야구·일상 세 분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상당히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작품은 한 두 작품을 제외하고 균형 잡힌 작품이나,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는 라이트 노벨이 거의 없다. 이세계 분야에서는 <책벌레의 하극상>이 문체가 깔끔하고(이것도 이미지프레임 출간작이다. 그것도 V노블 사상 최초 예약 구매 매진에 1부 1권이 4쇄 이상 찍을 정도의 히트작.) 잘 정돈된 편이다. 그 외에 최근 발매되는 도서 중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는 도서는 대부분 스미노 요루의 '라이트 노벨을 닮은' 단행본 소설 등 단행본 라인업으로 나오고 있는 형편이고, 그 아래에서는 <너무 가까운 그들의, 17세의 먼 관계> 정도가 역자의 번역 품질을 배제하고 보았을 때 수작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보인다.[각주:3] 그런 상황에서 몇 안되는 읽을 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마이너한 장르를 감수하고 한 번 즈음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현재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고, 한국과 직접 계약한 작품이라 그런지 일본에는 여전히 발매되지 않았다. 3권은 현재 일러스트 작업 중이라고 V노블이 밝힌 바 있다. 마법소녀 육성계획보다 비 인기작이지만, 판권 문제가 있거나 출판사의 의지가 부족하기 보다는, 작가도 일러스트레이터도 모두 일본인에다가, 야구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작가가 작년까지 블랙기업에 근무했으며, 이미지프레임이 발매하는 도서의 목록이 매 달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도서는 1년에서 1년 반에 한 권씩 도서가 발매되고 있어서 흐름이 끊기는 데 한 가닥 하고, 가뜩이나 마이너한 작품인데 발매속도도 늦어서 독자를 확보하는 데도 지장이 있을 터인데, 조금 발매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본다.[각주:4]

  1. 더구나, 이 주인공은 하필이면 바뀐 몸에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생리통을 겪었다. [본문으로]
  2. 몸의 주인인 '린'의 과거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해서 기억을 읽고, 머리를 자르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불편해하면서도 섣불리 결정하지 않고 노도카에게 상담한다. 자세한 내용은 책 참고. 기억을 읽는 다는 행동에 대해서도 썩 내켜하지 않는 것도 포인트인듯. [본문으로]
  3. 필자는 이 작품을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 계속 구입을 미루고 있다. 최근에는 리뷰가 많이 보여서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을 듯 싶다. [본문으로]
  4. <마법소녀 육성계획> 시리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마이너하고, 출판사도 카도카와와 같은 메이저는 아니라 그런지 정식 발매 주기가 매우 불규칙하다. 더군다나, 이 책은 <나는 린>보다 오랫동안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우려된다. <나는 린>이 1년 반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아, <마법소녀 육성계획> 시리즈도 내년 초에는 나왔으면 한다.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