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2014.04.16

어느덧 세월호를 떠나보내고도 6번째 봄이 왔습니다.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아 묵묵히 손길을 기다리던 선체가 뭍으로 올라온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2014년의 4월 16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를 보며 에어포켓에 희망을 걸었던 기억이 잊히지 않습니다. 철 없이 어린 중학교 1학년생이었던 제가 그 날 받은 충격은 대학교 1학년 생이 되어 오늘 집에서 자택 수업을 받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후회스럽습니다. 매년 글을 쓰면서도 추모한답시고 작성한 내용이 유가족 분들께 상처를 드릴까봐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너무 가볍게 글을 쓰는 건 아닐까 매년 이맘때 즈음 고민스럽습니다.

올해 초, 세월호의 기록을 짧은 다큐멘터리 한 편에 담은 '부재의 기억'이 아카데미 상 단편 다큐멘터리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카데미 상 4관왕을 달성한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에 다소 묻힌 감이 있습니다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신 이승준 감독님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 분들께서 직접 참석하시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전 세계에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세월호의 의문을 풀 수 있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뤘고 20대 국회가 저물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의 모 야당은 바닥에 드러눕고, 의원을 감금하고,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행동을 보이며 법의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언제나 방해해왔습니다. 이번 21대 국회는 아직 출범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그 야당의 힘이 상당히 축소되어 세월호 수사에 방해될 만한 여건도 꽤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세월호에서 생존하셨던 학생 분들께서 처음으로 치룬 선거이기도 합니다. 안산 단원구에서 그동안 세월호를 모욕하고 방해해왔던 야당 국회의원을 자리에 앉히지 않고 여당 국회의원에게 표를 준 것은 그런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직 출범도 안 한 국회의원 분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이야기라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그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청와대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합심하여 진실을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MBC에서 생중계한 세월호 6주기 기억식과 '부재의 기억 감독판'. 그 영상을 보고 저 또한 관심이 부족했음을 느낍니다. 특히 '부재의 기억'에서, 민간 잠수사 분들께서 사용하실 수밖에 없었던 장비들이 모두 썩어 사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7년 416 가족협의회가 주최한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 그 이상의 화가 나고 슬픈 이야기들이 뒷 배경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힘겹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하나씩 공유해가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싸워왔던 유가족 분들과 관련 단체의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먼저 떠나가신 유가족 두 분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저라면 계속해서 밀려드는 충격적이고 악랄한 현실에 버틸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마저도 듭니다.

좀 더 자유로운 신분이 된 지금, 그리고 앞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계속 기억하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습니다. 이번 6주기를 넘어 10주기가 되어도, 진상 규명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올해로 7번째, 304명의 희생자 분들과 5명의 미수습자 분들께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년 4월 16일 오후 11시 49분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1분 남기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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