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을 약속했던,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러나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일곱 번째 4월 16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흐려져가는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침을 먹을 적에 아침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침몰 소식, 선생님께서 전해주셨던 오보, 점심이 되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때의 심정, 그리고 며칠을 저녁마다 JTBC 뉴스룸에 의지해 마음 졸이며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던 그때를. 그렇게 잔혹했던 2014년 4월을,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의 애원에도 차갑기만 했던 당시 대통령의 태도를.

2017년 세월호 인양이 이루어질 때, 이제는 끌어올린 배만큼이나 진실도 수면 위로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날의 희망은 여전히 가라앉아 떠오를 날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해결되리라고 믿었던 180석의 의석 이후에도 세월호 앞에 같이 투쟁하는 국회의원은 얼마 없었음을 기억합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란 기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국회를 기억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위해서 세월호를 이용하기만 한 검찰총장을 기억합니다. 올해 4월에도 세월호의 악몽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3009함을 유가족 앞에 내어 온 해경을 기억합니다. 4년 전 약속했던 그 날이 다가와도 끝끝내 지키지 못한 대통령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비협조적이었고, 잔인했으며, 무관심했던 언론을 기억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분들께서 올해 1월 발간하신 사월의 약속을 읽어 보았습니다. 아직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시는 전국의 유가족 분들과 직접 도와주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노력해주시는 분들께 항상 함께하지 못하고 드문드문 찾아오는 소식에만 의지했던 제 행동을 반성합니다.

약속의 기한을 넘겼다고 해서 미뤄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깊은 바다 속에 잠긴 진실이 떠오르는 날까지 같이 기다리겠습니다. 때로는 할 수 있는 만큼 같이 행동하겠습니다.

2021년 4월 16일,
여덟번째 봄이 오기 전에 새벽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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